오래비.
이번 주말에 집엘 다녀왔어.
오래비가 살던 집을 내놓으려고 청소하러 쌍둥이들이랑 같이 갔었어.
정리를 하다보니 옛날 사진이랑 졸업앨범들이 나오더라.
사진 속의 오래비는 새언니랑 무척 행복하게 웃고 있더라.
그래서...
그래서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새끼들을 떠맡기고 그렇게 가버린거야?
아파트 매매에 대한 법률적인 절차가 다음 주면 끝나.
그러면 오래비와 새언니의 흔적이 남아있는 그 곳은 누군가 다른 사람이 들어올거야.
이제 정리가 거의 끝났어.
얼마나 많은 물건을 버리고 태웠는지 몰라.
그러면서 정을 조금씩 떼고 있는거 알아? 그러면서 조금씩 잊으려는거 아냐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쌍둥이들이 엄마, 아빠를 찾지를 않아. 보고 싶다는 말도 이젠 안 한대.
가끔 고모 보고 싶다며 전화가 걸려 와.
이번엔 특히 오랜 동안 집엘 못 내려 갔거던.
그런데.. 알지?
내가 아무리 얘들을 사랑하고 아껴준대도 결국은 항상 모자람이 있단거.
참, 좋은 소식이 있어.
11월부터 소급이 돼서 오래비의 국민연금이 일부 애들 앞으로 나온대.
한푼이라도 더 받을 수 있는게 애들한테나 부모님한테 다행이다 싶어.
오래비가 인덕을 많이 쌓았는지
오래비 직장 노조에서 돈을 모아 애들 신탁을 들어준거 알아?
그리고 근무하면서 알던 분이라며
가끔 집에 들러 애들 이뻐해주시는 아주머니도 계셔.
애들이 '엄마 넘버 2'라고 하더라. 후훗... ^^;
'엄마 넘버 1'이 누구냐고? 당연히 우리 어마마마지.
작년에 큰 일 여러 번 겪으시고 아바마마, 어마마마가 많이 늙으신거 같아.
쌍둥이들이 혼자 앞가림할 때까지는 건강하셔야 하는데...
쌍둥이들을 위해서라고 부모님 건강을 기원해줘.
그리고 쌍둥이들이 올곧게 자라도록 하늘에서 새언니랑 같이 지켜봐 줘.
그거 알아?
아주 가끔이지만 오래비 전화가 걸려올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해.
집에 갈 때면 오래비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건 아닐까 싶기도 해.
좋은 동생은 못 아니었지만 좋은 고모가 되도록 할게
비가 오니깐 이상하게 생각이 나더라. 그래서 몇 자 적어보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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